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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오버진 15화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만큼 그녀의 통솔력과 강함은 대단했고, 많은 이들을 홀렸다. 전쟁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자, 그녀에게 부하를 자처하는 이들이 줄을 섰지. 단숨에 세력을 불린 그녀는 곧 업을 꾸리기 시작했다. 바로 암시장이지.


그녀는 뒷세계에서 색채귀들을 사고팔았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쓸모없고 유약한 색채귀들을 먹이로 강력한 정예 병력을 양성했지. 어느 날 전대 마스터 딜러의 실수로 암시장은 수면으로 올라왔고, 너희는 자매와 힘을 합쳐 그들을 소탕했다. 허나 어째서인지 녀석들은 더 큰 규모로 성장해 돌아왔다. 화영이 목숨과 바꿔 의지를 꺾는 자에게 고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는데도 말이다.”


바이젤루스가 양반다리를 풀며 다리를 쭉 뻗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의지를 꺾는 자와 암시장에 대한 정보다.”

“귀공들이 아는 것도 얘기해주시오.”

“티틀은 휘하 색채귀들에게 생존권 보장을 약속했어. 그 길로 많은 부하의 지지를 얻어냈고, 과거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규모의 결속력 강한 군단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 지금 의지를 꺾는 자는 그에게 이용당하고 있어. 그녀의 존재를 아는 색채귀들은 이미 티틀에 의해 숙청되었지.”


“그들의 영역을 직접 조사해본 적은 있소?”


어리가 에터에게 질문을 받자, 그는 치즈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치즈, 말해주겠어?”

“물론이야.”


치즈가 어리의 말을 듣고 옛날 기억을 더듬으며 운을 떼기 시작했다.


“암시장의 본거지 위치는 북서부 쪽이었지. 소탕이 끝나고 나서 한동안 그곳의 경비는 아주 삼엄했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날이 갈수록 허술해지기 시작했지. 세상 곳곳에 병력을 배치하고 있었던 거였어. 수차례의 침입 끝에도 얻을 수 있는 게 없었지. 운이 좋게도, 그 얼빠진 경비들의 대화에서 중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어. 그들의 내막을 말이야.”


“내막이오?”


“지금 암시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듯 보이지만, 아니야. 딜러들끼리의 마찰이 존재해. 그 두 경비는 마스터 딜러와 에이스 딜러의 입장을 두고 서로 대립하는 듯 보였지. 내분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자영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수호자들과 바이젤루스 일행의 시선은 모두 자영을 향했다.


“티틀과 접선했을 때 알았어. 그는 윗선에서 내려온 명령을 무시하고 있다고 실토했지. 서로 계약 관계인 그 둘의 사이에 금이 가 있다는 거야.”

“그렇다면 수장과 딜러들이 전부 갈라져 서로 견제하고 있다는 건가?”

“음…”


어리의 추측에 자영은 생각에 잠겼다.


“바이젤루스 씨, 그곳에 두 딜러가 있었죠?”


씰이 눈을 감았다가 뜨며 얘기에 동참했다.


“그렇다.”

“의지를 꺾는 자, 티틀의 두 분파가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현장에 있던 딜러는 티틀의, 행방을 알 수 없는 딜러는 절의 수하일 확률이 높겠죠. 반대로 두 딜러가 서로 감시하기 위해 파견된 첩자일지도 모릅니다.

“둘의 성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씰의 말을 듣고 바이젤루스가 허리를 곧게 펴며 얘기했다.


“하지만 추측은 역시 한계가 있어요. 좀 더 정보가 필요합니다. 어리 씨, 다시 나서야 할 것 같아요.”

“치즈랑 큐 파인드는 지쳤을 텐데. 씰, 사태가 커진 지금 너를 보내는 건 위험해.”


그때였다.


“잠시만요, 어리 씨.”

“뭐지?“

“서쪽에서 요주의 색채귀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꽤 큰일인 걸요.”

“노여움의 녹룡을 말하는 거야? 하필 이럴 때…“

“잠깐만요…”


씰은 초조한 눈을 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그녀는 흔들리는 동공과 함께 입술을 뗐다.


“동쪽에서도, 그리고 이 근처 북쪽에서도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설마?“

“우연일 리가 없죠. 티틀의 짓입니다.”

“신원은?”

“북쪽, 두 얼굴의 후회. 서쪽, 노여움의 녹룡. 동쪽, 불타는 기사 만다린.”

"무슨 일이야! 무슨 일!!!"

“각 지역에서 이름을 날리는 녀석들이잖소.“

“나머지 암시장의 색채귀들을 미끼로 양동 작전을 준비하고 있던 모양이네요.”

“두 번째 막이 오른 건가…”


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동쪽은 경비대에게 맡기죠. 그녀는 강하니까요.”

“남쪽에서는 반응이 없어?”

“네. 어째서인진 모르겠지만…”

“서쪽을 누군가가 전담해야 하는데… 그러면, 이렇게 하자.”


어리의 판단을 들은 그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굳센 눈빛으로 하나의 목표를 응시하고 있었다.







메어 일행은 두 두둥과 친구들의 배웅을 받고 있었다.


“메어! 이걸 가져가면 좋을 거예요.”

“응? 뭐야?“


두 두둥이 말려있는 낡은 종이 한 장과 작은 조약돌 몇 개, 그리고 보따리를 건넸다. 먼저 종이를 펼치자, 형형색색의 선과 칠로 된 그림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었다.


“지도예요. 동쪽과 밀접해 있는 곳은 자세히 나와 있어요. 이쪽으로 가면, 수호자분들의 경비대 제1지부가 나와요. 거기서 더 동쪽으로 가면, 몹시 춥고 건조한 지대와 함께 어름이라는 산이 솟아있지요.

“경비대… 제1지부?”

“네. 수호자분들이 세상을 모두 돌아다니기엔 힘들지요. 동쪽, 서쪽, 남쪽에 지부가 하나씩 있답니다.“

“오호라, 그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메어의 목표가 수호자라고 했지? 꿈의 장소일지도 몰라!”


메어의 말에 하르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도움받는 건 둘째로 치고, 여길 가봐야겠어.”

“정해졌군. 의지를 다지자 메어.”

“당연하지! 그나저나 이 돌멩이는?”

“열이 나는 조약돌이지요. 양은 적지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고마워, 두 두둥! 그리고 하르!“

“나중에 만난다면 이 은혜를 꼭 갚고 싶군.”


메어는 두 두둥, 바유는 하르의 손을 잡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저흰 동쪽을 계속 돌아다니고 있을 거지요. 만나고 싶다면 언제든 와주세요!”

“메어, 바유. 꼭 건강해야 해!“


그들의 말이 끝나자 하르의 위로 플-뤼니가 날아와 그들을 바라봤다.


“그렇지, 플-뤼니도 나중에 봐!”


메어의 말을 들은 그는 얼굴에서 나오는 빛으로 웃는듯한 모습을 했다.



메어는 보따리를 싸들고 갈색 영역에서 빠져나왔다. 동쪽으로 점점 이동할수록, 공기가 건조해지는 것이 살갗으로부터 전해졌다.


“우리가 살던 곳이 작은 글씨로 써져 있네. ‘나한의 대평원’이라고 하는구나?”

“옆에 일점산이 보이는군. 그나저나 동쪽이 무언가 많구나. 우리가 넘어온 크게 우거진 숲들이, 지도에선 자갈만 하다니.”

“상상 이상으로 세상은 넓고 화려하구나! 난 텅텅 비어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메어와 바유는 지도를 들고서, 이곳저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들의 시선은 천천히 목표지점 주변으로 옮겨갔다.


“대가시나무 군집… 얼음 구덩이 호수… 그런데 이건 뭐지? 이 땅은 백지보다 더 흰색으로 칠해져 있네?”

“음… 가봐야 알 것 같은데.”

“한참은 더 동쪽으로 가야 하네…”


그들은 걸었다.


형형색색의 옅은 이들과 만나고, 아담한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며 목표를 향해 전진했다.


세찬 바람에 깎여 꽈배기 모양이 되어버린 검은 돌. 대량의 물이 얼고 녹고를 반복하며 형성된 오색의 퇴적층. 항상 같은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자란 깃발 같은 덤불들. 그것들은 자신을 감상하라는 듯 신비로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걱정을 한시름 놓고 절경과 시원함을 즐기며 계속해서 나아가자, 어느덧 그들은 지도에서 보았던 새하얀 땅을 밟게 되었다. 그 흙은 백지보다도 하얘 어떠한 어둠에서도 빛날 것 같았다.


“우와, 이게 다 뭐야?”

“이거 꽤 차갑군. 그 색채귀 녀석이 생각나는걸.”

“정말이네, 차갑고 보슬거려!”


바유의 말을 들은 메어가 새하얀 땅을 들어 올려 만지작거렸다. 메어가 걸음을 옮기자 그것들은 뽀득뿌득거리는 소리를 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네. 이 녹은 얼음… 진흙을 걷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자갈같이 드드득거리는 느낌도 들어.”

“그런가. 그런데 난 발이 없다.”

“앗!”


주위엔 적당히 큰 나무들이 박혀 있었다. 그 짙은 회색빛의 나무는 이쑤시개 같은 잔가시들이 띄엄띄엄 자라있었다. 나뭇잎은 앙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설렁거리게 붙어있었다. 한가롭게 주변을 바라보면서 걸어가던 중이었다.




쉭-


“모두 숙여!!!”


메어 일행의 위로 날카로운 무언가가 재빠르게 날아왔다. 팍하는 소리와 함께 그것이 나무에 꽂혔다. 남보라색의 그것은 연기를 내뿜더니 천천히 바스러졌다.


“누군가가 숨어있어.”

“느낄 수 있나?”

“아니, 전혀 모르겠어.”


그들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 사이, 녀석의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되었다. 아까의 그 물체가 메어의 오른쪽 허벅지 옆구리에 적중했다.


“메어!”

“저쪽이구나? 그리고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 뾰족한 것은 얼마 안 가 잘게 부서지며 사라졌다. 자상이 있었지만, 아주 옅게 베인 정도였다.


“감지되지 않는 밖에서 영역을 쏜 거야. 날아오는 사이에 이렇게 약화된 거지. 자, 따라와!”


메어는 그것이 날아온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메어! 왜 적이 있는 곳으로 순순히…”

“기다려보라고!”


바유가 못 말리겠다는 듯 메어를 따라 날아갔다.




“놀랍군요… 두 발 만에 맞다니. 운이 따라주네요. 자만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나 좋군요.”


메어를 잡기 위한 별동대는 출발한 상태. 블루벌리는 그녀를 잡기 위해 가장 첫 번째로 보내졌다. 그는 혀로 눈을 닦으며 얘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슬슬 거리를 좁혀볼…”

“까꿍!”


메어가 순식간에 영역을 펼치며 그에게 다가갔다.


“아니… 어느새…!!!”

“너, 근접전이 특기구나? 영역 쏘는 솜씨가 형편없는 걸.”


그는 메어의 의지색을 감은 오른발 차기에 맞고 땅에 처박혔지만, 간신히 두 팔로 지면을 밀어내며 큰 부상을 면했다. 그는 감각적으로 팔과 입에 날붙이를 만들어 주변을 휩쓸며 일어섰다. 메어는 그의 반응속도에 놀라며 간격을 벌렸다.


“과연, 그런 능력이구나!”

“버르장머리 없군요. 급습하시다니…”

“급습은 네가 먼저 한 걸?”


블루벌리는 몸을 툭툭 털었다. 방금의 공격으로 그는 온몸이 저릿거렸다. 번개는 등줄기를 타고 오장육부로 펼쳐졌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피부들로 전해져 차곡차곡 고통을 주었다. 몸 절반에 걸쳐 있는 흉터들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렴 좋습니다. 그나저나 놀랍군요. 먹잇감이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죠.”


그는 두 팔을 어깨 위로 들었다. 남보라색의 영역이 불처럼 타오르며 눈밭을 적셨다. 주변에선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며 묘하게 그를 응원하는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메어, 이제 어떻게 할 거냐. 한 방을 노리는 게 실패했지 않는가.”

“아니, 이제부터가 본편인걸!”

“구시렁구시렁 말이 많으시군요!!!”


블루벌리가 두 팔에 달린 날붙이를 갈더니, 이윽고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자세를 한껏 낮춘 모습으로, 그는 양팔을 교차해 십자 모양으로 칼질했다. 메어가 고개를 숙여 회피하자, 그는 다리에 달린 날붙이를 휘둘러 메어의 복부를 할퀴었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칼날을 피했다.


메어는 온몸에 의지색을 감아, 블루벌리의 눈을 부시게 했다. 잠시 엉거주춤하던 그의 오른쪽 어깨에 의지색을 감은 왼발차기가 적중했다.


그러나 블루벌리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제자리에서 뛰어 사지를 배 쪽에 모아, 공처럼 말은 뒤 풀며 사방으로 참격을 날렸다. 메어는 방어할 틈도 없이 검격에 휘말려, 수차례 상처를 입었다.


“내 의지색이 불발됐어?”


“예전의 싸움에서 얻은 교훈이 있었죠. 자만하지 말고 침착하고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당신을 보니 과거의 제가 생각나는군요.”


그녀는 그의 상반신에 커다란 날붙이 덩어리가 있는 것을 보았다. 의지색을 통해 피해를 줄인 것이었다.


“메어, 이쪽으로!”


메어는 옅은 이들과 함께 물러났다. 블루벌리는 혀로 눈을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메어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음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머리를 굴릴 줄 아네.”

“이제 정보를 얻었으니 원거리전으로…”

“그래도 아직은 예상 범위야. 더 알아야 할 게 있어.”


메어는 다시 블루벌리에게 뛰어갔다.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도발과 같은 행동에 응수했다. 블루벌리는 길고 널찍한 팔을 이용해 그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낫을 크고 넓게 휘둘렀다. 메어가 몸을 비틀며 참격을 회피할 때마다, 그는 작은 칼날을 만들어 그녀의 빈틈으로 꽂아넣었다.



그녀는 계속 날아오는 칼날에 의지색을 감응시켰다. 번개에 휩싸인 파편들은 시끄럽게 짖다가 기타 줄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메어는 계속해서 칼날을 쳐내다가, 그의 공격이 한산해진 틈을 타 뒤로 물러나 바유에게 돌아왔다.


“의미 없는 공방, 지치지 않습니까? 그러시지 말고 저와 단판 승부를 지으시죠. 그쪽도 원거리는 꽤 결점이신 거 같은데.”

“좋아. 이대로 가다간 승부가 나지 않을 것 같거든.”

“계획이 있는 건가?”

“신호를 주면 원을 그려서 녀석을 둘러싸.”

“과연,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군.”


메어는 바유와 옅은 이들에게 속삭인 뒤, 블루벌리를 향해 서서히 걸어갔다. 그는 바랬다는 듯이 입을 쫙 찢어 벌렸다. 날붙이들을 입안에 잔뜩 박아넣자, 꽤 무시무시한 모습이 되었다.


머지 않아 둘은 땅을 박차고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맹렬하게 달려나갔다. 시작은 블루벌리. 그는 머리를 마구 흔들며 입에 박혀있는 칼날로, 주변을 닥치는 대로 헤집어놓았다. 그는 끓어오르는 본능에 점점 흥분하고 있었다.


‘그렇죠, 싸움은 이래야 하죠… 감각에 몸을 맡긴다, 그러면서도 수를 더한다…!!!’


블루벌리가 속도를 올려 맹공을 퍼붓기 시작하자, 메어의 점점 반응이 늦어지기 시작했고, 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무방비해진 아주 짧은 틈을 노려, 블루벌리가 그녀의 머리를 향해 이빨을 이용한 참격을 날렸다. 목을 살짝 꺾어 회피를 시도했지만, 흘려지지 않은 나머지 참격에 왼쪽 뺨이 휩쓸리며 상처가 벌어졌다.


그때, 메어가 한쪽 팔을 등 쪽으로 가리며 신호를 보냈다. 그것을 본 옅은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의지색을 몸에 감아 그의 시선을 빼앗았다.


블루벌리는 얼굴을 크게 들어 시야를 옮겼다. 그의 시선은 거꾸로 뒤집혀 등 쪽을 향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뒤에 바유와 옅은 이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그대로 메어의 두 손에 잡혔고, 그대로 의지색에 감응되었다.


“이런… 작전이었던 건가요… 하지만 어쩔까요, 의미가 없습니다. 날붙이를 휘어서 몸에 감으면 그만입니다.”

“말은 네가 더 많은 거 같은데.”


그녀는 옅은 이들을 밀착시키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까워질수록, 그는 더욱 영역을 끌어모아 방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렉기타 소리와 박수소리가 합쳐지자 콘서트에 열광하는 관중의 함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팔씨름이라도 하자는 건가요?”

“글쎄다.”


그는 웃으며 메어에게 농담을 던졌다. 그는 그녀의 배후에 칼날을 붙여 크기를 불리고 있었다. 티틀의 팔을 날려버린 그 비책이었다. 그 순간, 블루벌리는 이전의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뭐야… 왜 몸이… 뜨거워지고 있는 거야!!! 제대로 흘려보내고 있을 텐데?!”


고통 속에서, 그는 어렴풋이 이 상황을 이해했다.


블루벌리의 의지색은 매우 간단한 기전을 갖고 있다. 힘의 본질인, 영역을 이용해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것.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날붙이는, 여전히 영역의 일부. 자영이나 메어의 의지색과 달리 변형이 가해지지 않은, 순수한 영역 덩어리다.


즉, 충돌시킬 수도 있으며, 밀어낼 수도 있고, 더 많은 양의 영역으로 에워싸버릴 수도 있다. 메어는 수차례의 공방을 통해 의지색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녀는 자신의 영역을 지근거리에서 충돌시켜 블루벌리의 의지색 갑옷을 덮었고, 서서히 영역을 이동시켜 구멍을 뚫어 그 사이로 의지색을 집어넣은 것이다.


“아아악…!!! 죽어… 죽어!!!”


그는 메어의 배후에 만든 칼날을 그녀의 목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그 공격은 뿜어져 나오는 충돌의 파동에 휘말려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바유와 옅은 이들이 모이자 번개의 출력은 극대화가 되었다.


그녀는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의지색의 세기를 점점 줄였다. 그는 온몸이 그을려진 채로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넌 어디서 왔지? 역시 티틀이야?”

“그렇습니다… 근데 아셔서 어쩔 겁니까. 제가 아니어도, 당신을 잡으려고 하는 자들은 많습니다…”

“어느 방향에서 왔지?”

“놀랍군요… 황당한 질문을…”


그는 순식간에 일어나 메어의 목 부분을 베어버린 뒤 도망쳤지만 메어의 리본 꼬리에 살짝 생채기가 갔을 뿐, 별 볼 일 없는 기습이었다.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녀석의 냄새는 곧 사라졌고, 그녀는 블루벌리가 도망간 쪽을 바라보며 영역을 거두었다.


“메어, 상처는? 너무 깊게 베이진 않았나?”

“괜찮아. 피가 좀 나고 쓰라리지만…”


메어는 나무에 붙은 잎사귀들로 대충 지혈을 한 뒤, 다시 동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피부가 으슬거렸다. 그들은 점점 혹독한 추위를 맞이했다. 두 두둥이 준 조약돌을 나눠서 가지고, 서로 밀착해 의지색을 조금씩 내뿜으며 열을 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눈밭은 녹아내려 철퍽거리는 소리를 냈고, 나무에 붙은 얼음 결정들은 녹아내려 이파리를 선명히 비췄다. 더 이상 춥지 않았던 그들은 돌멩이를 보따리에 넣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숲의 경계를 벗어나자 다시 평지가 나왔다. 그곳에서 메어 일행은 열기의 근원지를 목도할 수 있었다.



나무판자로 대충 지어진, 기다란 목탑 여러 채가 붉은 색감으로 강렬하게 불타며 눈을 태우고 있었다. 그들이 지도를 보며 목표를 향해 다가갈수록, 불안함은 배가 되었다.


좀 더 앞에, 큰 표지판이 꽂혀있었다. 껍질이 까져 번들거리는 표면에 꼬부랑거리는 글씨로 무언가가 쓰여 있었다. 그 내용은 그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경비대 제1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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