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어는 자신이 추격당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도망쳐야 할까? 먼저 공격해야 할까? 메어는 여러 가정을 세웠다. 잠깐의 갈등 끝에, 메어는 자신의 영역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애꾸눈과 그의 무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왔다. 메어는 직감으로 느꼈다. 목적은 싸움. 커져오는 발소리에 협상 따윈 들리지 않는다. 가지고 나왔던 영역은 거의 다 소진된 상태. 그녀의 의지색은 옅은 이가 있어야 범위를 늘릴 수 있으니, 이 판단이 맞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가짓빛 영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란 듯이, 금색 옅은 이들이 메어의 옆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별동대가 있었다. 그녀가 판단을 내리기 전부터 포위당했던 것이다. 그들이 달리는 속도는 메어의 전력질주보다도 빨랐다. 그녀는 곧 그들에게 따라잡혔다.
"비켜!"
"그럴 순 없지!"
점점 다가오는 금색 옅은 이들의 모습 뒤로, 애꾸눈이 보였다.
"얘들아. 점점 숨통을 조여라!"
"저 안대는 저번의…!!!"
메어는 다리 끝에서 의지색을 발하기 시작했다. 한 점을 노리고 빠져나간다. 더없이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돌아라!"
그 때, 옅은 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한 곳을 노리기 어렵게, 혼란을 주려는 것 같다. 메어는 의지색을 쓰는 것을 멈췄다. 그 순간을 노려 애꾸눈이 난입했다.
"약해빠졌구먼! 남아 있는 영역도 얼마 없는 건가…"
애꾸눈이 팔찌를 찬 손을 올렸다. 팔찌는 금빛이 나며 채찍처럼 늘어났다. 늘어난 팔찌가 향한 곳은 메어의 어깨.
차악-!!
빗맞았다. 땅이 저릿저릿 울렸다. 제대로 맞는다면 꽤나 아팠을 것이다. 메어는 곧바로 다시 한 번 다리 끝에 의지색을 감았다.
"의지색은 이렇게 쓰는 거라고!"
애꾸눈의 뒤로 늘어나 있던 팔찌가, 메어의 발목에 직격했다. 사각으로 팔찌를 늘려놨던 것이다. 메어의 의지색이 꺼져갔다. 몸이 한계에 온 것일까. 애꾸눈은 팔찌를 늘려 메어를 향해 휘두르려다가 멈췄다. 이내 팔찌를 손톱 모양으로 바꿔서 돌진하기 시작했다.
“확실하게 끝내주…!!!"
섬광.
메어의 전신에서 일렉기타 소리와 함께 엄청나게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아까의 의지색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밝기였다.
"내… 내 눈… 아무것도 안 보여!!!"
메어는 일부러 의지색을 약하게, 여러 번을 쓴 것이다. 그걸로 한계에 부딪힌 것 같이 연기해, 최대한 가까이 오도록 유도했다. 작전은 성공적이었고, 애꾸눈의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그의 무리들도 약간이지만 눈이 부셔 혼란스러워 했다. 그 틈을 타 메어는 자신의 영역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때, 수정이 꽃피며 웅웅대는 소리가 났다. 나지막이 돼지 멱따는 소리도 들렸다. 메어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거대한 수정들이 고깔 모양으로 솟아나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금색 옅은 이들이 발을 구속당해 낑낑대고 있었다. 몸의 반 가까이 수정에 파묻힌 애꾸눈도 보였다.
"자영…? 너야?"
자영이 수정 사이로 걸어나왔다.
"날 구해줬구나! 고마-"
"왜 나를 도왔던 거야."
"황당하네! 갑자기?"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차피 쫓기는 몸이야. 근데 넌, 넌 아니잖아. 거기다가 약하기도 해. 왜 괜히 나를... 왜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거야!!!"
"잠깐만…! 하나도 이해 안 되거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메어의 말을 듣고 자영이 말을 멈췄다. 잠깐의 침묵이 지나간 뒤, 메어가 입을 열었다.
"우선 내 영역으로 가자! 나 지쳤거든…"
"영역으로 가지 말고 끌고 와."
"그… 그럴 수도 있어..? 어떻게?"
자영이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고 말했다.
"걸어가자."
그렇게 메어와 자영이 가짓빛 영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영이 잠깐 걸음을 멈췄다. 그녀는 애꾸눈 일행을 가두고 있던 수정을 없앴다. 그들이 눈을 비비며 시야를 찾는 동안, 자영이 말했다.
"앞으로 협상 따윈 없어. 쫓아오면…"
자영은 말끝을 흐리며 앞서간 메어를 따라갔다.
애꾸눈의 앞으로 수정 가시 하나가 자라나있었다. 애꾸눈의 동공과 가시 사이의 거리는 손톱 때만큼도 되지 않았다. 눈꺼풀을 닫으면 빛을 완전히 잃으리라. 그는 천천히 물러섰다. 그리고 말 대신 침을 꼴깍 삼켰다.
영역에 도착한 메어는 바유와 옅은 이들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자영과 메어는 긴 대화를 이어나갔다.
"… 생각보다 더 복잡한 일이었구나."
바유와 옅은 이들은 메어에게 불만을 표했다.
"너는 참 우리를 곤란하게 만든다. 우릴 지킨다더니…"
"금색 색채. 이름은 골로버와 엘도라스. 표독스러운 녀석들이야. 제물에 집착하고, 어린 색채들을 사고팔지. 내 예상이 맞았던 거야. 그래서 널 몰래 따라오게 된 거고."
"미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메어의 눈이 그렁그렁거렸다.
"그렇지만 함께 할 거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는 거다."
"바유…!"
"너희도 그렇겠지?"
바유의 말을 들은 옅은 이들도 웃음을 지으며 넌지시 동의를 표했다. 메어는 바유와 옅은 이들을 끌어안았다.
"… 날 돕지만 않았어도 녀석들의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난 후회 안 해!"
자영의 힘없는 말에 손을 뻗듯, 메어가 당당히 외쳤다.
"널 도와줬다고 날 쫓는 건 아니잖아! 내가 약해 보여서 그랬을걸?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 걱정 아니야. 그냥, 내 기분이 나빠서 그래."
자영이 손을 뿌리치듯 말했다. 그녀가 일어서서 자리를 뜨려 하자, 메어가 말했다.
"자영! 부탁이 있어."
"…?"
메어가 자영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내 스승이 되어줘!!"
자영은 멈칫했다.
"그래 사실 난 약해… 의지만 당당할 뿐이지. 영역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
메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때었다.
"부탁이야. 나를 제자로 받아줘."
이상과 현실에 대한 괴리. 현재의 힘으로 해낼 수 없다는 막연한 두려움. 무모해 보이는 말 속에는 상상 이상의 고민이 함축되어 있었다. 물론, 급작스러운 감은 없지 않아 있었다.
"… 나도 약해."
"하지만 나보단 강할 거 아냐! 쫓기기 시작한다면… 난 내 친구들을 지킬 힘이 필요해…!!"
자영은 말문이 막히고 짜증이 났다. 당장에라도 메어의 얼굴을 치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 때문인지 그러지 못했다. 순수했던 메어의 말에 마음이 흔들린 것인지. 아니면 그저 변덕이었던 건지.
"조건이 있어."
자영의 말에 메어의 얼굴이 환해졌다.
"스승이라곤 하지 마. 그냥 내 이름을 불러."
돌이킬 수 없는 선택 끝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호하고 있는 메어가 있었다. 바유와 옅은 이들은 예상했다는 듯 태연했다.
자영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을까. 무엇 때문에 나는 저 말을 듣고 받아들였을까. 나는, 지금 무엇을 한 걸까?
"실패했다…"
"그런가. 믿고 맡겼는데… 실망스럽군 짝눈?"
"약하군~"
애꾸눈과 골로버, 엘도라스가 대화하고 있었다. 이전과는 달리 영역에 모든 혼들과 금색 옅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엘도라스."
"의지색을 회수하겠다~"
엘도라스가 날개를 펼치자, 애꾸눈에게서 금빛이 나기 시작했다. 금빛은 애꾸눈에게서 빠져나오며 점점 희미해졌고, 이윽고 하나의 황금빛 공처럼 뭉쳐져 엘도라스에게 날아갔다.
애꾸눈은 우물쭈물 거리다 옆으로 밀려났다. 그와 함께 갔던 금색 옅은 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보고를 올리기 시작했다.
"계획은 실패했지만,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말해라."
"그 가지같이 생긴 색채는 자영과 같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한 패인 것 같습니다."
"오호?"
"그리고, 자영이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뭐라?"
골로버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공동 속의 공기가 살짝씩 떨리기 시작했다.
"이거… 얕보였구먼 우리. 겨우 도망자 주제에… 안 그런가 엘도라스?"
"화가 나는군~ 나도 그렇게 느낀다네!"
레코드판 소리가 멈추고, 금괴와 금괴가 마찰하는 소리, 커튼의 고리가 흔들리는 소리가 퍼졌다. 옅은 이들은 겁을 먹고 어쩔 줄 몰라했다.
"그래. 그럼 녀석을 불러야겠지? 확실한 해결사를 사야겠어."
"동의한다~"
"이봐 짝눈. 들어라."
골로버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
"티틀의 영역으로 가서 녀석을 불러와라. 어딘지는 알고 있겠지? 너에게만 주는 특별한 임무다."
"아… 알았다!!!"
애꾸눈은 황급히 공동을 빠져나갔다. 금색 옅은 이들은 편애받는 애꾸눈을 몹시 못마땅하게 보았다. 그때 골로버가 외쳤다.
"다들 원위치로 가라. 저런 녀석을 챙겨주느라 고생이 많았다."
옅은 이들과 혼들이 제 위치로 돌아가는 동안, 엘도라스가 넌지시 말했다.
"너 참~ 이럴 땐 확실하게 하는구나?"
"오오오… 이렇게 되는구나!"
메어의 영역과 자영의 영역이 합쳐져 부드러운 빛의 보라색이 되었다. 영역의 공유. 적의를 갖지 않고 서로를 아군으로 여기는 색채들의 영역은 이렇게 합쳐진다. 합쳐진 영역에선 자영의 수정도, 메어의 무대도 보였다.
색의 영역은 물감과도 같다. 서로 섞이게 되면 물감 각각의 성질들이 모두 나타난다. 축축하거나 알갱이지는 촉감, 특유의 향 같은 것이다.
"이렇게 두면 영역 자체가 커지니 다른 의지를 느끼기도 쉽겠네!"
"맞아."
그 말과 동시에 자영이 영역을 숨기기 시작했다. 영역이 자영의 발을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메어의 발 밑에는 자신의 영역만 남았다.
"우, 우와… 영역이 없어졌어…!
"숨기는 속도나 정도는 역량의 차이야."
"나도 될까?"
"오랫동안 해야 할 거야. 의지, 영역을 다루는 연습."
물감 튜브가 색채라면, 물감이 곧 영역인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짜낸 물감을 다시 튜브 속으로 넣는 것은 힘들기 마련이다. 파레트에 흔적이 남는 것은 덤이다. 거기다 만약 자신의 영역을 숨기고 누군가의 영역에 들어가려 한다면 두 물감이 맞닿아선 안될 것이다. 영역을 다루는 솜씨는 그 색채의 힘과 거의 직결된다 볼 수 있다.
자영의 모습을 보면서, 메어는 감탄했다. 직접 따라 해보려고도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메어가 자신의 무지를 느낄수록, 자영이 얼마나 경험이 많고 강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저녁의 색이 밝아왔다. 메어는 지쳐서 헉헉대며 바닥에 대자로 쓰러졌다.
"몇 번 연습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오늘은 그만하자."
"맞아, 나 궁금한 게 있어!"
"…?"
메어가 숨을 고르며 말하기 시작했다.
"난 처음에 그 애꾸눈이랑 무리가 널 쫓는 줄 알았어. 근데… 서로 싸운 것 같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둘이 만나서 협상을 했잖아?"
자영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날 쫓아온 건 질투의 색채귀 무리야."
"지… 질투의 색채귀들이?"
메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녀석들한테서 도망친 거야?"
"영역을 여러 개로 쪼개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했어. 그렇게 따돌렸지만…"
"힘이 다해서 내 주변에서 쓰러졌구나…"
메어의 말에 자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모두 다시 되찾았지."
메어는 자영의 말을 들으면서 감탄했다. 영역을 쪼개서 교란하고, 다시 합쳐서 따돌리는 섬세한 솜씨. 그러면서도 자영을 쫓은 질투의 색채귀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들었다.
빛이 내리쬐고 있는 정오색의 사막.
미숫가루 같이 고운 바닥. 연한 갈색을 띤 영역. 그곳으로 애꾸눈이 걸어가고 있었다. 애꾸눈의 다리 가랑이 사이론 약한 바람들이 불어왔다. 사막의 하늘에서는 시타르의 현을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탄색 색채인 티틀의 영역이다.
얼마나 걸어가야 하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애꾸눈의 눈에 들어온 것은 오아시스였다. 애꾸눈은 허겁지겁 달려갔다. 당장 갈증을 풀어야 했다.
시원하게 물을 마신 애꾸눈은 본격적으로 오아시스에 들어가 몸에 묻은 모래를 털기 시작했다. 얼굴을 씻으려고 물속으로 눈을 넣자, 애꾸눈은 오아시스의 바닥을 보고 말았다. 갖가지 동물들의 뼈. 미끄럽게 생긴 부목들. 애꾸눈이 마신 것은 그런 더러운 것들이 섞이고 녹아있을 고인 물이었다. 그제야 이 물이 반투명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나, 그 물을 마시면 어떡해."
애꾸눈이 헛구역질을 멈추고 고개를 들자, 한 색채가 있었다. 깔보고 있는 듯한 얼굴에, 인도풍의 모자, 상의, 하의를 깔 맞추고 있었다. 수수한 탄색 비단에 빛나는 재질의 물감으로 그려진 문양들이 눈에 들어왔다. 딱정벌레처럼 생긴 팔과 다리는 모두 합쳐서 여섯 개였다. 곤충의 날개 같은 것도 한 쌍 갖고 있었다. 이 영역의 주인인 티틀이었다.
"너, 너가 티틀?"
"맞는데, 왜 찾아오셨을까?"
"골로버… 그리고 엘도라스가 너를 찾고 있어… 우욱…"
애꾸눈은 헛구역질을 겨우 멈추고 얘기했다.
"그렇구나! 오랜만에 우리 상품을 사려고 하는구나?"
"그럼 이제 같이…"
애꾸눈이 앞장서서 티틀을 안내하려고 하는 순간, 그가 말했다.
"오랜만에 이런 선물도 보내주고, 역시 수완이 있어 골로버."
"선물…?"
"나는 얼마든지 수신기로 부를 수 있는데?"
티틀이 그 말을 끝내자마자, 네 개의 팔을 위협적으로 펼쳤다.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전화로 부른다니? 선물은 또... 또 뭔데?! 설마… 설마!!! 안 돼… 안 돼 안 돼!!! 오지 마… 오지 마!!!"
요란한 시타르 소리가 사막에 울려 퍼진다.
오아시스의 밑에 있는 비밀스러운 기지, 그곳에는 티틀의 방이 있었다. 티틀의 방은 허름한 모래 벽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낡은 가구들은 먼지가 쌓여있고 모래 때가 잔뜩 껴 있었다. 관리를 하는 모양이 아니었다.
"흐음 그래서… 새로운 색채귀를 사고 싶다?"
"그렇다. 좋은 녀석으로 부탁한다."
"의외네. 자영이 그런 선택을 할 줄은 몰랐어."
티틀이 말했다. 금빛의 딱정벌레 모양을 한 수신기 너머로 골로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알았어. 한 번 찾아볼게."
"고맙군 티틀. 그나저나, 선물은?"
"아, 잘 받았어. 사르르 녹는 게 좋더라!"
"잘됐군. 더 필요하면 말해라.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으니"
골로버와의 전화가 끊겼다. 티틀은 책꽂이에서 두꺼운 서적들을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팔이 여러 개였기에 꽤 우스꽝스러운 모양새였다.
"적당한 녀석을 보내줄까? 아니면 잠재력이 좋은 녀석을 보내줄까?"
티틀은 혼잣말을 하며 책을 들고 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녀석도 자영을 쫓게 되면 우리도 곤란해지니… 좋아! 이 녀석이 좋겠다."
티틀이 서적 일부분을 찢으면서 말했다.
"특기는 정보 수집. 거기다가 좋은 의지색도 있어. 이름은… 페라우스."
새벽색이 한창이던 메어와 자영의 영역. 메어는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뒤척이며 뜬잠을 계속 반복하다가, 잠시 일어섰다. 잠을 자지 못한 것은 자영도 마찬가지였다. 자영이 작게 얘기했다.
"뒤로 가."
"뭐… 뭐야?"
자영이 손을 뻗어 수정 벽을 만들었다. 족히 수 m의 두께는 되어 보였다. 메어는 어리둥절하다가 깨달았다.
"그렇네. 왠지 잠이 안 오더라. 영역을 감추고 오고 있었다니. 바유! 모두를 불러줘."
“긴장해. 날 쫓던 색채귀 중 하나야."
곧 이어, 거대한 몸을 지닌 색채귀가 모습을 천천히 드러냈다. 밝은 초록빛의 독과 같은 것을 온몸에서 내뿜고 있었다. 녀석은 기괴하게 몸을 꺾더니, 자영과 메어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발견했다… 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