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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오버진 7화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엘도라스는 경악했다. 좀 전까지 폭풍 같던 그들의 군대는 한순간에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무슨 일인가?


그는 침착하게 남은 군대를 불러 모았다. 군대는 혼들밖에 남지 않았다. 살아있는 존재들은 생각한 것을 몸으로 실행하기 위해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감각. 그것을 조종하는 것이 바로 치즈의 의지색.


치즈는 금색 옅은 이들의 화학 반응 신호를 살짝 틀어버렸다. 그 결과, 그들은 서로 다른 방향에 군대가 있다고 착각하고, 각자 엉뚱한 방향으로 흩어져버린 것이다.


“이… 이런 멍청한 것들이…!!!”

“침착해라, 엘도라스. 일단 주전력인 혼들은 남아있다. 우리가 많은 이들의 미움받는 건 알고 있잖나? 그들이 옅은 이들을 노리고 공격한 거겠지.

“그것만으론 설명되지 않아… 이건 평범한 녀석들의 소행이 아니야!!!”

“괜찮다. 혼들 그리고 우리가 있다면 건재한 것이다. 거의 다 왔다. 곧, 자영은 무너질 것이다.”


골로버와 엘도라스는 출발 명령을 내렸다. 치즈는 감쪽같이 색의 영역을 숨긴 채, 떠나가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었다.


“자영이라면, 이 정도만 해도 괜찮겠지. 미안해지네. 수호자들이 해야 할 일을 맡겨버리다니.”




“레빙이 패배한 것 같네. 연락이 없어. 제이 룽.”

“그런가.”

티틀과 제이 룽은 커다란 원탁을 앞에 두고 앉아있었다.


“봐, 생각 이상의 강자야. 내가 가야 하지 않겠어?’

“너가 지원군을 보냈다면 얘기가 다르지. 나를 시험하는 건가 티틀?”

티틀과 제이 룽이 목소리를 높이며 싸우려던 찰나였다.


“그만해주세요~ 티틀 님도 생각이 있으시니까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탁이 있는 방의 출입문이 열렸다. 다자색의 무늬, 풍성한 꼬리와 단발의 보송보송한 머리카락. 수수한 생김새의 저고리와 한복 바지. 네 개의 손가락. 다람쥐를 연상케 하는 귀여운 느낌과 향기. 실눈을 뜬 웃음기가 가득한 미인이었다. 이름은 다예람. 요트 딜러이다.


“오, 어서 와 예람. 자, 여기에…”

“저한텐 과분한 자리예요.”


티틀은 다예람을 반기며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다예람은 정중히 거절하며 자신의 꼬리를 말았다. 말은 꼬리는 푹신한 의자가 되었다. 제이 룽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몸보다 훨씬 작은 의자에 위태롭게 앉았다. 왼쪽 다리를 들어 꼬는 건 덤이었다.


“자, 이걸로 모든 딜러가 모였네. 회의 시작할까?”

티틀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네. 시작해주세요.”

“해라.”



“어디, 많이들 계약했어?”

“주종관계, 종신 계약이 많았어요. 요즘 호위를 많이 두는 것 같더군요.”


“난 별로 없었다.”

“역시 예람이네. 잘 팔고 있구나?”

티틀이 다예람을 칭찬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도 골로버 녀석에게 적절한 친구를 줬지. 새로운 색채귀로 빨리 채워놓아야 할 텐데 말이야.”

“색채들은 돌고 도니까요. 어딘가에서 언젠가는 각성하거나 태어나겠죠.”

“그렇지. 자,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티틀이 자리에서 일어나 뒷짐을 졌다. 그리고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기억나? 우리의 정체가 처음으로 수면으로 올라왔을 때. 내가 마스터 딜러가 되었지.”

다예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후로 최대한 눈에 띄는 활동은 줄였지만, 간과했지 뭐야. 자영을 쫓는 동안 많은 병력을 썼지. 수호자들이건, 정의로운 그 녀석이건, 눈치를 슬슬 채고 있을 거란 말이지."

"우리의 치부가 들어났다는 건가 티틀.”

“맞아.”

“책임을 져야겠군.”


“그래서 전쟁을 하려고 해.”

“…뭐라고? 정신이 나간 건가?"

“주의해주세요, 제이 룽.”


다예람이 제이 룽에게 주의를 시켰으나 그는 무시했다. 원탁을 큰 소리가 나도록 치며 그는 말했다.


“수호자들과 말이냐? 우쭐해 하지 마라. 자칭 분노의 색채귀라지만, 각개격파라도 할 수 있다 생각하나? 그리고 병력은 어떤가? 이곳의 소속원들이 모두 네 소유라고 생각하는 건가?!"

“두 녀석 정도가 와도 이길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리고 그러지 말고 생각해봐. 우리 친구들을 한데 전부 모으면…”

“자, 그만그만…”

“닥쳐라, 예람!!!"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예람은 말을 멈췄다. 제이 룽은 숨을 고른 뒤, 티틀을 향해 계속 공격적인 말을 퍼부었다.


“싸워보지도 않았으면서 허세 부리지 마라. 티틀, 충고 하나 해두지. 넌 허울만 가득해. 그걸로 일을 그르치게 될 거다.”

“자, 일단 들어보라고. 지금까지 모은 색채귀들은 네 생각 이상으로 많아. 거기다 우리들의 무력은 말할 것도 없잖아?"

“갑자기 이렇게 나가는 거에도 이유가 있을 텐데.”

“들켜버렸잖아? 곧 우리에게 화살이 날아올 거라고.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녀석들의 동맹 관계를 생각해봐. 걔들은 고립되어있잖아.”

“티틀 님 말이 맞아요. 정면 승부로는 절대적으로 유리하죠.”


다예람이 끼어들자, 제이 룽이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겨우 자영 하나를 잡으려다가, 이렇게 일을 벌이는군. 암시장의 미래가 걱정되는구나.”

“어쩔 수 없잖아? 나도 그닥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고. 자, 전략은 내가 짜놨어. 너흰 나를 잘 따라와 주기만 하면 돼. 우선 자영은 내가 맡을 거야.”


티틀이 고개를 돌려 다예람을 보며 얘기했다.


“예람. 병력은 너에게 붙여줄게. 네가 할 일은 전력의 분산이야. 자영, 그리고 녀석과 같이 다니는 한 색채를 서로 때어놓으면 돼.”

“알겠습니다.”

“제이 룽. 너는 그다음 혼자가 된 그 초짜 색채를 제압해.”

“재미없는 일거리를 주는군.”

“둘을 제압하면 일은 쉬워져. 분명 그 사이에 수호자들이 개입할 가능성이 없진 않지. 최대한 선수를 치자고. 이미 녀석들은 내 손바닥 위에 있어.”


티틀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따라올 수 있겠지?”

“물론이죠.”

“…”







“좋은 기세야.”


자영과 메어가 대련을 하고 있다. 의지색을 배제한 순수 격투, 각종 무술은 색채들의 생존에 있어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의지색에 의존하는 것은 더 많은 색의 영역을 소모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적절한 의지색과 무술의 조합은 더욱 변칙적이고 강력한 한 방이 될 수 있다.


메어의 오른 다리 니킥. 자영은 긴소매를 이용해 흘려냈다. 몸이 공중에 뜬 메어는, 팔로 땅을 짚고 거꾸로 서서 왼발로 카운터를 날렸다. 자영은 왼손으로 다리를 잡아낸 뒤, 가볍게 메어를 날려보냈다.


“우왓!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가 있어. 네 의지색의 성질을 생각하면 더 간결한 동작이 좋을 거야.”


메어는 간신히 착지했다.


“역시… 자영은 대단해!!”


메어가 웃으면서 땀방울을 닦았다. 자영과 메어의 대련이 끝나자마자, 그녀들은 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레빙의 패배도 분명 티틀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언젠가 싸우게 될 금색 색채도 있었다. 메어 일행은 최소한의 휴식과 수련을 반복하며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었다. 허나, 한계는 있는 법이다. 골로버와 엘도라스는 이미 그녀들의 근처에 와 있었다.


“혼들이여, 눈앞에 자영이 있다. 페라우스와 싸워 분명히 치명상을 입었을 터, 자네들만 나서준다면 전쟁이랄 것도 없다.”

“녀석의 영역을 둘러싸며 움직여라~ 신호를 주면, 포위를 시작한다!”


엘도라스의 명령이 떨어지자, 혼들이 움직이며 자영과 메어의 공유되고 있는 영역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골로버. 자영과 한 색채는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두 색채의 기운이 느껴지는걸…”

“뭐 그 정도는 예상 범위 내의 변수다. 충분히 약해졌을 거야.”


신호가 떨어졌다.

혼들은 색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금빛과 보랏빛의 영역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메어… 녀석들이 왔어.”

그들의 급습에 메어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조금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메어는 빠르게 떨쳐버리고 적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느껴져…!! 녀석들은 어디 있지?”

메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혼들이 사방에서 창을 들고 조여오기 시작했다. 새벽색을 받아 역광으로 빛나는 그들의 갑옷은 위풍당당하게 보였다. 메어는 수신호를 줘 옅은 이들을 불러 모았다.


“저번의 그 옅은 이가 아닌데?”

“골로버 녀석의 정예병 같은 놈들이야.”

충돌의 여파가 점점 심해진다. 골로버와 엘도라스가 동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메어와 자영은 서로 등을 맞댔다. 메어는 최고조로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어서 나타난 골로버의 표정은 아연실색 그 자체였다.


“어째서, 상처 하나도 없는 거지…?”

“페라우스 녀석… 설마 만나지도 못한 거야? 이, 이런 일이…!!! 골로버, 어떻게 하-”

“다… 당황하지 마라 엘도라스!!!”


골로버와 엘도라스는 서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메어는 어이가 없었다. 이 사건의 진상을 아는 자영만이 침착하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하!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너희가 금색 색채구나? 난 가지색의 마니악 메어. 자영의 수제자다!”

“엘도라스 우선… 자영부터 처리한다!!!”


메어의 말을 무시한 채, 엘도라스가 뛰어올라 자영을 향해 날아갔다. 순식간에, 메어는 엘도라스의 앞에 나타나 오버헤드 킥을 날렸다. 정통으로 공격을 맞은 엘도라스는 골로버의 안면으로 날아가 꽂혔다.


“그럴 순 없지. 자영은 날 구해줬다고. 자영에게 볼 일이 있다면 나부터 먼저 쓰러뜨려!”

메어가 말하며 착지했다. 자세를 고쳐 잡자, 자영이 메어에게 귓속말을 했다. 잠시 후, 메어는 끄덕였다. 엘도라스는 정신을 차리고 골로버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메어라고 하는군… 꼬맹아. 너는 얼마나 오랫동안 이 세상에서 살아왔지?”

땅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골로버의 말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메어는 웃으면서 답했다.


“얼마 안 됐죠. 아저씨들.”

“나와 엘도라스는 금색 색채. 이 색은 너같이 듣도 보도 못한 색이 아니야.”

말이 끝나자마자 골로버가 뒷다리를 굽혔다 피며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비교할 수 없단 말이다! 우리는 원색에 가깝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메어는 골로버의 돌진을 가볍게 피했다. 메어는 아까 자영이 했던 말을 상기했다.


‘특히 골로버를 조심해. 둘은 서로 다른 의지색을 갖고 있어. 골로버는…’


골로버는 미처 피하지 못한 혼을 박아버렸다. 혼의 몸이 점점 금빛으로 휩싸였다. 혼은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녀석의 하체가 녹아버린 것이었다.


‘닿은 것을 금물로 녹여버려.’


“어이쿠…”

골로버가 고개를 들어 다시 메어를 째려보자, 혼들이 매우 당황했다. 겁에 질린 혼들은 쉽사리 메어와 자영에게 다가가지 않고 있었다. 


“뭣들 하느냐~ 어서 자영을 공격하라고!”

“이… 이익…!!!”


혼들이 입을 꽉 다물며 자영을 향해 달려나갔다. 자영은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엄청난 속도로 자라난 자수정들은 혼들의 갑옷을 뚫고 자상을 입혔다. 자수정엔 금빛의 피가 선명히 흐르고 있었다. 혼들은 겨우 손짓 한 번에 사기를 잃었다.


“너, 알고 있나 보군, 내 의지색을 말이다.”

골로버는 다시 어마어마한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좀 전보다 살짝 더 빨랐다. 메어는 말하지 않은 채 돌진을 피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고작 그거 하나를 안다고 해서, 우릴 이길 순 없다.”


순간 골로버는 경로를 틀었다. 그는 꼬리를 휘두르며 360도 가까이 회전했다. 메어는 다리 한 쪽을 꼬리에 맞고 밀려났다.


“격이 다르니까…. 하하하하!!!”

“골로버, 저 녀석의 다리를 봐!”


엘도라스의 말을 들은 골로버가 메어를 바라봤다. 메어의 다리는 녹지 않았다. 어째선지 주위엔 녹은 금들이 있었다. 골로버는 잠시 벙쪘지만 이내 눈치챘다.


“그런가… 옅은 이를 이용해서, 혼의 갑옷을 가져와서 방패 삼았군.”

“똑똑하네!”


메어는 여유로운 척을 했지만, 속으론 긴장하고 있었다. 여태까지 싸워온 이들보다 격이 높고 까다로운 의지색. 육체적인 강함. 그리고…


‘엘도라스는 직접 공격해도 좋아. 하지만 둘의 연계를 정말 조심해야 해.’



“엘도라스. 준비해라.”


엘도라스가 양 날개를 펼치자, 혼들의 장비가 강한 빛을 내며 둥실둥실 뜨기 시작했다. 공중에 뜬 장비들은 엘도라스의 머리 위로 날아와, 구체의 형태로 합쳐졌다. 골로버가 꼬리를 세워 구체를 치자, 레코드판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구체는 끼긱거리는 소리를 내며 점점 밝은 금색으로 빛났다. 엘도라스가 날개를 여러 방향으로 꺾자, 구체는 그것에 마치 반응하듯 여러 개의 방울로 녹으며 쪼개졌다. 엘도라스가 마지막으로 날개로 X자를 그리자, 녹은 금들이 창의 형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세 개의 머리를 가진 창은 위협적으로 예리해 보였다.


‘금을 마음대로 변형하고 조종하는 게 녀석의 의지색이야.’


둘의 위협적인 연계는, 메어가 처음 겪는 부류였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메어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골로버와 엘도라스는 곧바로 삼지창들을 던지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근거리와 원거리를 동시에 피해야 한다. 실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레빙과의 전투에서 그랬듯 메어는 날아오는 것을 피하는 것에 집중했다. 허나 점점 조여오듯 다가오듯 골로버를 놓칠 수도 없었다. 메어는 다리에 의지색을 감고, 바닥에 박힌 창 위로 뛰어가 골로버의 돌진을 피했다.


“이런 쥐새끼 같은 녀석이…”

골로버가 포효하자, 엘도라스가 박힌 창들을 회수했다. 메어는 박힌 창에서 일찌감치 내려와 거리를 벌렸다. 몇몇 혼들은 골로버의 포효를 듣고 도망가버렸다. 엘도라스는 어이없어하며 분노했다.


“네 부하들, 전부 도망쳐버렸네?”

“조용히 해라!!!”

“엘도라스,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해라. 자영은 혼들을 제지하고 있다. 아직까진 우리가 유리하다고.”


골로버는 엘도라스의 분노를 삭여주듯 말했다.


“자, 이번엔 내 차례야.”


메어가 당당히 말하면서, 다리에 감긴 의지색의 출력을 올리기 시작했다. 일렉기타 줄을 튕기는 소리가 점점 강해졌다. 골로버는 메어를 주시하고 있었다. 곧, 메어는 골로버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건 아니겠지. 무언가가 있군.”


골로버는 네 다리를 모두 굽혔다 피며, 강하게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엘도라스는 금을 녹여 만든 창을 겨누었다.


그러다가 메어는 갑작스럽게 경로를 튼 뒤, 강하게 점프했다. 노리는 곳은 골로버의 얼굴로 보였다. 골로버는 실실 웃으며 메어를 향해 꼬리를 휘두를 준비를 했다.


“멍청한 녀-”

“바유!!!”


메어의 말이 끝나자마자, 골로버는 순간 당황했다. 엘도라스는 그만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메어의 의지색 발차기는 골로버의 얼굴을 강타했다.


타앙!!!


총소리에 가까운 발차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골로버는 강한 충격을 받아 수십도 가까이 얼굴이 들렸다. 엘도라스는 자신의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골로버의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그들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찰나, 그들은 파악했다.


바유와 옅은 이들이 그들의 뒤에서 뭉쳐 있었다.


“이…. 이건!!!”

메어가 수신호를 주자, 그들이 감응하며 골로버와 엘도라스의 전신을 다시 감전시켰다.


“크아악!!!”

점수를 매길 수 있다면, 만점에 가까운 전략이었다.


‘그렇지만… 저 녀석의 오른발은 녹아버렸…’

감전이 끝나며 골로버는 생각했다. 그러나 메어는 녀석의 의지색을 까먹지 않았다.


메어의 다리는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능력에 당해서 녹아버린 것이 아니었다. 아까 땅에 박힌 엘도라스의 창을 타고 올라갔을 때였다. 


그녀는 의지색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창을 녹였다. 그리고 녹은 금을 변형해 자신의 다리에 감아놓고 있던 것이었다. 그것은 골로버의 능력으로 만들어진 금이었다. 금을 벗겨 내려면 골로버가 아닌, 엘도라스의 의지색이 필요했다. 메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완벽한 판단이었다.


골로버와 엘도라스는 잠시 쓰러졌다가, 천천히 일어섰다.


“크게… 당했군…”

“그래. 메어. 나 골로버가 인정한다.”


골로버가 두 다리로 일어서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류가 여기까지 할 수 있을 줄이야. 너의 진심을 잘 보았다.”


레코드 판 소리가 강해진다. 골로버의 몸집이 부풀기 시작했다. 혼들은 정신을 잃으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골로버의 하체가 점점 비대해진다. 흡사, 육식 공룡과 같은 모습이 되어갔다.



“내 진심을 다하고 싶다만, 녀석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서 말이지.”


엘도라스는 금으로 만들어진 구체를 녹여 골로버를 감싸기 시작했다. 투구. 갑옷. 각반이 하나둘씩 만들어졌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투구의 공동은 아주 어두웠다. 온몸을 감싸는 곡선의 형태는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아까와 비교불가한 크기의 창 두 개가 골로버의 양손에 쥐어졌다. 


“더 보여봐라. 네 실력.”


말이 끝나자마자, 골로버는 폭발적인 속도로 달려나갔다. 그의 기습에 메어는 반응하지 못한 채 그대로 창에 찔렸다. 무기를 이용한 공격이기에 몸이 녹지 않았지만, 한쪽 다리의 힘줄이 끊어졌다.


“강한 색채라면 옅은 이 따윈 장식이지.”

엘도라스가 말하며 골로버의 창을 전투도끼 형태로 바꾸었다.


“거의 두세배는 빨라졌잖아? 위험해…”

“전력을 의미 없는 곳에 낭비한 것, 너의 패인이다.” 

골로버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메어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허, 이제야 등장하는군?”

“... 메어, 내가 할게. 거기서 좀 쉬고 있어.”


자영은 골로버의 도끼를 가볍게 막으며 등장했다. 도끼는 순식간에 자수정으로 뒤덮였다. 골로버는 빠르게 손을 때며 자영과 거리를 벌렸다. 메어는 안심한 듯 땅에 몸을 뻗으며 쓰러졌다. 자영은 메어의 주변을 자수정으로 감싸주었다.


“그리고 바유와 너희는, 최대한 빠져있어.”

“스승이라는 녀석이 제자를 반 죽을 때까지 방치한 거냐? 매정하긴.”

“경험인 거지. 메어도 원했을걸.”


자영이 몸을 낮추며 자세를 취했다. 양팔을 앞뒤로 뻗어 일자가 된 모습이었다.


“아름답다는 그 유술인가. 아주 좋아. 눈요기가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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